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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경찰이 거듭나려면 ‘권한 확대’보다 ‘수사 책임성’이 먼저다

검찰청 폐지 앞둔 형사사법 전환기…고소 접수·CCTV 안내·불송치 판단까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2026-05-23(토) 07:42
[신동아방송 경인TV|추경민 기자]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 조직의 기강과 수사 역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최근 경찰서장급 간부의 금품 의혹, 직무태만, 공공기관 차량 2부제 회피 논란, 일부 경찰서 수사·형사 라인 교체, 음주운전 비위 등을 보도하며 경찰 조직 신뢰 저하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청이 국민권익위원회 2025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은 사실도 함께 보도됐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검찰청 폐지 전 기강 해이”가 아니다. 경찰이 이미 국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1차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 일선 현장의 수사 태도와 법률 이해, 민원 응대, 증거 판단 능력이 국민 기본권 보호와 직결된다는 데 있다.

오는 2026년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이 예정되면서 형사사법체계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을, 중수청은 부패·경제·마약·방위산업·사이버범죄 등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될 예정이다.

이 전환기에서 경찰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사권의 크기가 아니라 수사 판단의 품질이다. 고소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찾아왔을 때, 경찰은 사건이 되는지 아닌지를 성급히 단정하기보다 고소장, 증거, 진술, 법률 요건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건성이 낮다고 보이는 경우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를 안내하며, 판단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고소·고발 접수 단계는 국민이 국가 형사절차에 접근하는 첫 관문이다. 경찰 관련 규정은 범죄 피해신고가 있는 경우 관할 여부를 불문하고 접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절차를 두고 있다. 고소·고발 역시 수사기관이 임의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피할 대상이 아니라,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할 공적 절차다.

CCTV 영상 제공 문제도 마찬가지다. CCTV는 범죄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이지만, 동시에 개인정보와 제3자 권리 보호가 걸린 민감한 자료다. 따라서 경찰은 “제공 가능하다” 또는 “불가능하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어떤 법적 근거로, 어느 시간대와 범위까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 가능한지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이것이 부족하면 피해자와 영상 보유자, 영상 수령자 사이에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은 이미 시간표 위에 올라와 있다. 제도는 10월을 향해 움직이는데, 현장 수사 품질이 따라오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억울한 불송치, 부실한 송치, 증거 확보 실패, 민원인 방치, 설명 없는 판단은 모두 사후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국가수사본부도 이미 수사 책임성·공정성 확보, 수사체계 전문성 향상, 인력·예산 인프라 확충, 민생범죄 전담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로드맵의 선언이 아니라 현장 적용이다.

경찰이 거듭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기록으로 책임지는 수사 문화’**다. 담당자의 구두 설명만 남는 수사, 민원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불송치 이유, 사건 접수 단계에서의 불명확한 안내는 모두 불신을 만든다. 수사기관의 판단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적어도 납득할 수는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법률 교육과 사건 분석 능력 강화다. 유능한 경찰은 단순히 오래 근무한 경찰이 아니다. 사건을 정확히 읽고, 증거의 의미를 파악하며, 모르면 법령과 판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의견을 구할 수 있는 경찰이다. 수사권은 경험만으로 행사되는 권한이 아니라, 법률적 판단과 증거 분석 능력으로 정당화되는 공권력이다.

세 번째 과제는 내부 감찰과 외부 검증의 실질화다. 경찰 내부의 자정 노력만으로 부족하다면 수사심의, 민원심사, 감찰, 국민권익위, 국가인권위, 국회 통제 등 외부적 견제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경찰 조직을 불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경찰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대다수 경찰관은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국민 안전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부실한 수사 태도와 비위, 설명 책임 회피가 반복되면 조직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의 고소·고발 접수, CCTV 안내, 불송치 결정서 작성, 민원 응대, 수사 지연 사유 고지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공개해야 한다.

경찰의 미래는 더 큰 권한에 있지 않다. 더 정확한 수사, 더 투명한 기록, 더 겸손한 설명, 더 빠른 자정에 있다. 검찰청 폐지 이후의 형사사법 질서는 경찰이 얼마나 강한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얼마나 책임 있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경찰은 권한을 앞세우는 경찰이 아니다. 사건 앞에서 겸손하고, 증거 앞에서 치밀하며, 국민 앞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경찰이다. 지금 경찰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대영기자 dypark@sda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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